서울대 총동창신문 '서울서 전남 곡성까지 밥 먹으러 갈 만한 이유'

미실란
2023-06-22
조회수 173

미실란과 밥cafe 반하다에 관한 이야기가 서울대 총동창신문에 소개되었습니다♡



서울서 전남 곡성까지 밥 먹으로 갈 만한 이유


이동현 (대학원92-94)

곡성 ‘미실란 밥카페 반하다’ 대표


발아 현미 특화 메뉴로 입소문

지역 특산물 활용해 상생 도모


평일 점심시간 ‘미실란 밥카페 반하다(이하 밥카페)’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일행 한명이 나가면 다른 한명이 찾아왔다. 계속 만석이었다. 대중교통으론 오가기 힘든 곳인데도 주말이면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야 할 정도라고. 그나마 대기가 없어 다행이다 싶을 때, 자리가 났고 곧이어 주문한 음식이 차려졌다. 탄성을 자아내는 맛은 아니지만, 담백하고 정갈했다. 이동현 미실란 대표가 인터뷰 때 말한 일본의 빵집이 떠올랐다. 5월 31일 전남 곡성에서 이동현 동문을 만났다.


“서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 규슈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였습니다. 통학길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빵집이 눈에 들어왔어요. 꼭 한번 먹어보리라 했는데, 학업에 바빠 줄 서서 기다릴 엄두를 못 냈죠. 귀국을 앞둔 어느 날에야 마침내 그 빵을 맛봤습니다. 엄청 맛있진 않았어요. 그러나 고집이 느껴졌죠. 가게를 확장하거나 지점을 내는 등 돈벌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고유의 방식 혹은 철학을 지키는 모습이 장인 정신과 다름없었어요. 국내에도 그런 모범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밥’을 앞세운 ‘밥카페’란 특이한 이름은 쌀을 귀하게 여기는 이 동문의 인식에서 비롯했다. 우리 국민의 주식인데도 평가절하되고 있는 쌀을 그 위상에 걸맞게 올려놓겠다는 의지의 투영인 것. 되짚어보면 밥은 즉 쌀은 한국인의 먹거리 전체를 상징해왔다. 식사했느냐는 인사가 밥 먹었냐는 물음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말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쌀이 남아돌면서 쌀 산업화 과제와 함께 다양한 연구비가 지원됐습니다. 적지 않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떡볶이용 쌀이나 비타민 코팅을 입힌 쌀 등을 내놓는 정도였죠. 그때 우연히 발아 현미에 기러기가 철 따라 4000㎞를 이동하는 힘의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쌀 자체에 내재된 무궁무진한 가치에 주목했죠. 품종별로 최적의 발아 타이밍을 연구했고요. 밥카페는 그렇게 만든 우리 쌀, 발아 현미의 우수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폐교 운동장에 잔디를 심어 조성한 미실란의 정원.



2006년 이 동문은 병해충에 강하고 기능성이 풍부한 쌀을 찾기위해 직접 벼를 심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품종은 물론 북한, 중국, 일본 등 278개 벼품종을 논에 심고 친환경 농법으로 연구 재배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품종의 벼가 한 논에서 자라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2007년 흉년을 거치면서 친환경 및 가공 적합성에 대한 데이터를 얻어 33개의 벼품종을 선별했다. 미실란 발아현미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매출도 늘었다.


현미의 영양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0.5~2mm 길이의 싹을 틔워 건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5년 동안 손 모내기하며 연구한 성과다. 가격은 일반 백미의 2.5배.


“발아 현미는 그냥 도정해서 먹는 쌀과 다릅니다. 연구에서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고난이도의 공정을 거쳐야 하죠. 백미는 품질이 떨어지면 떡으로라도 쓸 수 있지만, 발아 현미는 잘못하면 부패해 폐기되거나 거름으로밖에 못 씁니다. 리스크가 훨씬 크죠. 95% 발아율에서 자신감을 얻어 1년에 12만8000㎞를 달리며 전국 유명 백화점과 호텔에 입점을 제안했습니다. 이웃 농가와 제휴해 계약 재배 면적도 늘리고요. 커피 원두나 와인은 품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을 당연시하면서 쌀은 다 같은 쌀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과정이었죠. 발아 현미가 영양도 풍부하고 식감도 부드럽고 톡톡 씹혀요.”


한 끼 식사가 쌀로만 이뤄지진 않을 터. 논 옆에 텃밭을 일궈 쌈 채소를 키우고, 이웃 농가에서 유기농 식재료를 공수해온다. 유학 시절 건강식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손수 식탁을 차리는 이동현 동문. 메뉴 개발에 직접 참여할 뿐 아니라 밥카페의 성공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게 곡성의 특산품을 다양하게 가미했다. 고기 없는 탕수육 ‘곡성토란표고탕수’가 대표적. 전국 토란의 70%가 곡성에서 생산되는 데 착안, 토란과 표고버섯의 쫄깃함을 살려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 ‘곡성멜론돈가스’는 또 다른 특산품인 멜론에 고기를 재우고 소스로 만든 어린이 메뉴다.


“유기농 발아오색미를 중심으로 한 ‘발아오색 낭만세트’는 채식주의자와 당뇨, 암 투병 중인 환자들이 즐겨 찾는 메뉴입니다. 보통 식당은, 짜고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뿐이라 그들에겐 마땅히 외식할 데가 없거든요. 정성껏 대접받는 느낌이었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제일 행복했습니다. 누룽지 샐러드, 흑두부 지짐, 우거지 된장국, 토란흑미쌀스프 등 여러 음식이 제공되는데 개업하고 8년째 1만5000원이에요. 그 한 상 차리는데 들어가는 정성을 감안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죠.”


2015년 문을 연 밥카페. 매년 2만여 명이 찾아온다. 주 이틀 휴무에 점심 영업만 하는 식당치곤 적지 않다. 멀리 도시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돈벌이로는 정점에 있는 현재, 이 동문은 휴업을 결심했다. ‘밥’ 뒤에 ‘카페’가 붙었듯 쌀을 주제로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 되길 바랐는데, 너무 많은 손님이 밀려와, 애초 취지를 잃고 있다는 자각에서다.


“명색이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맛집인데 경치 좋은 여느 대중식당과 똑같아질 순 없잖아요. 인테리어도 메뉴도 새롭게 하고, 진지하게 쌀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하기 위해 당분간 휴업합니다. 쌀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지식인층이, 특히 서울대 동문들이 져야 할 책무가 크다고 봐요. 농업 현장에 진출하는 동문이 많아지고 동시에 자기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달라져 있을 거라 믿습니다.”


미실란은 밥카페를 비롯해 책방, 전시장, 강연장 등을 갖춰 지역 문화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밥카페 휴업 기간에도 찻집은 정상 운영한다.


나경태 기자


원문 : https://www.snua.or.kr/magazine?md=v&seqidx=1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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